옷장 속 잠자는 옷들의 화려한 외출, 마포구에서 시작된 옷 교환 물결
"옷장 문을 열고, 지구를 생각하다: 마포여성동행센터의 특별한 변신"
숨 가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옷을 사고, 또 얼마나 많은 옷을 버릴까요? 저렴한 가격에 트렌디한 옷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되면서, 옷은 더 이상 소중하게 아껴 입는 존재가 아닌 '소모품'처럼 여겨지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면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은, 우리가 무심코 버리는 옷들이 환경에 미치는 심각한 악영향입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마포구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움직임이 시작되었습니다. 바로 마포여성동행센터와 주민기획단 '벽장탈출'팀이 협력하여 진행한 옷 교환회와 옷 수선 워크숍입니다.
"옷장 정리, 지구를 위한 첫걸음: '벽장탈출'팀의 탄생"
해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우리는 옷장 정리를 숙제처럼 마주합니다. 작년에 분명히 입었던 것 같은데, 올해는 어쩐지 손이 가지 않는 옷들이 수두룩합니다. 버리자니 아깝고, 그렇다고 입자니 망설여지는 옷들을 보며 우리는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언젠가 입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옷걸이에 다시 걸어두지만, 결국 옷장 속에서 잊혀 가는 옷들이 대부분입니다.
'벽장탈출'팀은 바로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옷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새로운 옷을 구매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과 안 입는 옷에 대한 죄책감을 동시에 느끼는 사람들이 모여, 옷을 매개로 기후 위기에 작게나마 대응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된 팀입니다. 각자의 옷장에 잠들어 있던 옷들을 꺼내어 서로 교환하는 '벽장탈출 옷 교환' 프로그램은, 단순한 옷 교환을 넘어 환경을 생각하는 의미 있는 실천입니다.
"마포여성동행센터, 옷으로 소통하는 공간으로 변신"
마포여성동행센터 1층은 마치 백화점 매장을 연상시키는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긴 테이블 위에는 알록달록 다양한 스타일의 옷들이 보기 좋게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행사가 시작되자마자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쇼핑백에 옷을 가득 담아 왔습니다. '혹시 옷을 기부하는 사람이 적으면 어떡하나'라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기부된 옷들은 하나같이 상태가 좋았습니다. 택도 떼지 않은 새 옷부터 몇 번 입지 않은 옷까지, 옷 주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옷들이 많았습니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가져온 옷을 기부하고, 다른 사람이 가져온 옷 중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골라갔습니다. 옷을 판매하거나 구매하는 것이 아닌, 서로의 물건을 교환하는 '물물교환' 방식입니다.
"옷 속에 담긴 이야기, 사람과 사람을 잇다"
옷 교환을 통해 물건을 교환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웃과 소통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어서 더욱 의미 있다고 말하며, 이런 행사가 자주 열리기를 희망했습니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우산을 쓰고 옷을 가득 담은 쇼핑백을 들고 행사장을 찾았습니다. 근처를 지나가다 행사 안내문을 보고 들렀다는 한 남성은 평소 자전거를 즐겨 타는데, 마침 자전거를 탈 때 착용할 장갑을 찾았다며 기뻐했습니다. 옷을 가져오지 않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에 행사 스태프가 그냥 가져가시라고 하자, 그는 환하게 웃으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손끝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가치, 옷 수선 워크숍"
마포여성동행센터 3층에서는 옷 수선 워크숍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1부에서는 사시코 자수를 놓는 시간, 2부에서는 남는 천으로 액막이 인형을 만들어보는 시간이 진행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은 밋밋해 보이는 옷에 정성껏 자수를 놓으며, 마치 마법을 부리듯 옷을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시켰습니다.
"의류 폐기물 문제, 우리 모두의 책임"
오늘 행사를 주관한 '벽장탈출' 주민들은 우리나라가 전 세계 의류 폐기물 수출 5위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이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우리의 개성을 존중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서로 안 입는 옷을 바꿔 입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벽장탈출'은 처음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서점 '책방 꼴'을 빌려 가져온 옷들을 펼쳐 놓고 서로 고르는 작은 모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벽장탈출'은 어느덧 3년이라는 시간을 훌쩍 넘겨, 이제는 동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SNS를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단순한 옷 교환을 넘어, 지속 가능한 패션을 꿈꾸다"
'벽장탈출' 팀원 중 한 명인 김익준 씨는 "단순히 옷을 교환하는 것을 넘어서, 옷을 수선하는 방법을 배워서 직접 옷을 개성 있게 수선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모두와 그 경험을 나누고자 이번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마포여성동행센터에서 열린 '벽장탈출' 프로그램은 옷 교환과 옷 수선을 통해 자원순환에 기여하고, 지속 가능한 패션을 실천하는 의미 있는 활동입니다.
"물물교환, 자원순환의 작지만 강력한 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중고 물품을 팔고 사는 것은 이제 일상적인 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벽장탈출'이 진행하는 옷 교환은 단순한 구매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각자가 입지 않는 옷을 가져오고, 필요하다면 다른 사람이 가져온 옷을 가져가는 '물물교환' 방식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를 창출합니다. 옷장에 걸어뒀지만 일 년 동안 한 번도 꺼내 입지 않은 옷은 시간이 지날수록 색이 바래고 낡아버립니다. 하지만 돈과 시간을 들여서 샀던 옷이기에 그냥 버리기에는 아깝습니다. 그런 옷을 필요로 하는 다른 사람이 가져간다면, 버려질 뻔했던 옷은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되고, 자원순환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마포구에서 시작된 작은 물결, 전국으로 퍼져나가길"
마포여성동행센터에서 열린 '벽장탈출' 프로그램이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또한, 이러한 행사가 서울 전 자치구로 확산되어 최소한 분기별로 개최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옷장 속 잠자는 옷들을 깨워, 환경을 생각하고 이웃과 소통하는 '옷 교환' 문화가 우리 사회에 더욱 확산되기를 기대하며,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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