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단절을 넘어 다시 일터로: 서울매력일자리의 의의와 지속가능성 모색
현대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그 변화의 흐름 속에서 일자리의 양상 역시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특히 중장년 여성들의 경력단절 문제는 단지 개인의 생애 경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고용구조 및 성평등 실현과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중대한 이슈다. 이러한 현실에서 서울시가 추진 중인 '서울매력일자리' 사업은 경력단절 여성을 포함한 중장년층에게 다시 한번 사회 진입의 발판을 마련해주는 중요한 정책적 시도라 할 수 있다.
서울매력일자리는 과거 '서울뉴딜일자리'로 알려졌던 사업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연계해 미취업 시민들에게 직무 교육과 인턴십, 실제 취업 기회를 연계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특히, 경력단절 여성이나 중장년층에게 특화된 직업상담사 양성과정은 이 사업이 단순한 일자리 제공을 넘어 실질적인 직업 역량 강화와 재도약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실제 참여자들의 사례를 보면 그 변화의 깊이를 체감할 수 있다. 과거 음악학원 운영자, 항공사 승무원, 국어 교사 등 각기 다른 경력을 가진 여성들이 한 공간에 모여 새로운 직업 정체성인 ‘직업상담사’를 향해 도전하고 있다. 결혼과 육아로 인해 오랜 시간 노동 시장에서 멀어졌던 이들이 다시 사회로 돌아오기 위해 선택한 이 길은, 단지 경제적 자립만이 아닌 ‘자아 회복’이라는 정서적 측면에서도 큰 의미를 가진다.
중부여성발전센터에서 서울매력일자리 사업 공고를 접하고 참여하게 된 김 씨의 사례는 이 사업의 상징적 의미를 잘 보여준다. 그는 “일할 기회를 다시 갖게 되어 감격스럽다”며, 자신에게 주어진 50시간의 사전 직무 교육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 이는 단지 한 개인의 감상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에서 일의 의미가 개인의 자아실현과 얼마나 밀접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단면이다.
서울시는 이러한 참여자들의 경험을 보다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가기 위해 제도적 기반 마련에도 힘을 쏟고 있다. 서울형 생활임금(2025년 기준 시급 11,779원)의 적용은 경제적 안정을 뒷받침하며, 공공형 일자리의 경우 최대 18개월까지 지속적인 근무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또한 연간 140시간에 달하는 취·창업 교육과 자격증 응시비 지원, 경력설계 컨설팅 등을 통해 참여자의 전문성과 지속가능한 고용 가능성을 함께 제고하고 있다.
중장년 직업상담 전문가 양성과정은 특히 민간 협단체와의 연계를 통해 교육-인턴십-실제 취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고 있다. 1개월간의 직무 교육 이후 최대 6개월간의 인턴십을 통해 실무 적응력을 기르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장 경험은 곧 실질적인 고용 기회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한 일시적 대안이 아닌 장기적 해결책으로 기능할 수 있는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매력일자리가 진정한 의미에서 지속가능한 일자리 정책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첫째는 직무 교육과 현장 직무 간의 간극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교육 과정에서의 이론적 내용과 실제 업무에서 요구되는 능력이 불일치할 경우, 인턴십 이후의 취업 전환율은 저조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참여자들이 교육 단계에서부터 실질적인 업무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교육 커리큘럼을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맞춤형 직무 매칭 시스템의 고도화다. 참여자 각각의 이력과 경력, 성향을 면밀히 분석해 가장 적합한 업무로 매칭하는 절차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 상담과 경력 진단을 더욱 강화하고, 참여자와 수요 기업 간의 상호 피드백 시스템도 체계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는 인턴십 이후에도 참여자들이 지속적으로 커리어를 관리하고 확장해 나갈 수 있는 사후관리 체계의 정립이다. 취업 이후에도 경력 관리와 직무 전환, 추가 교육 등의 지원이 지속된다면, 서울매력일자리는 단지 ‘취업률’이라는 수치 이상의 사회적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나이와 경력의 공백이라는 사회적 편견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선 고민정 씨의 이야기는 이 사업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희망이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나이 때문에 취업이 어려웠지만, 서울매력일자리를 통해 인턴 경험을 쌓으며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는 그의 말처럼, 이 제도는 다시 사회와 연결될 수 있는 안전한 통로가 되어준다.
서울매력일자리는 더 이상 단순한 공공일자리가 아니다. 이는 이 사회의 누군가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기회의 제도’이자, 스스로의 가치를 회복해나가는 ‘존엄의 플랫폼’이다. 앞으로도 이 제도가 단순한 취업 기회를 넘어, 재도전과 회복, 그리고 성장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나아가 중장년층의 잠재력을 실질적인 노동시장 성과로 전환시키는 교두보로서, 대한민국 고용정책의 미래를 비추는 중요한 사례로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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